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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국내 서양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전시회에서 본 이중섭화백의 은지화

by 우주목 2022. 10. 10.

이중섭 작, 게와 물고기와 새와 아이들, 10 x 15 cm, 은지에 새김, 유채, 1950 년대 전반,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별전으로 열리는 이건희컬렉션 중 이중섭전에서 감상한 은지화입니다.

은지화는 이중섭 화백이 1952년 가족들을 일본으로 떠나 보낸 후부터

1955년 1월까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작품에 묘사된 이미지들은 그가 즐겨 그렸던 어린 아이와 게, 물고기, 새들이 등장하구요.

미술관에서 배포한 감상자료에 따르면....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합판이나 맨 종이, 담뱃갑 은지에다 그렸고,

물감이나 붓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 그렸고,

잘 곳과 먹을 곳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통영,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

- 구상, '이중섭의 인품과 예술', '대향 이중섭', 한국문학사, 1979, 141쪽 -

이중섭 작, 한쌍의 물고기와 아이들, 10.8 x 15.2 cm, 은지에 새김, 유채, 1950 년대 전반,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

은지화는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 담배갑에 들어 있던 속 포장지인 알루미늄 코팅지에 철필이나 못 등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그 위에 검은색이나 흑갈색 물감 또는 먹물을 솜 또는 헝겊에 흡수시킨 다음

문질러 선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은지화 전시실은 다른 전시 공간에 비해 어두었는데요.

빛이 밝을 경우 변질을 염려한 것 같습니다.

작품이 아주 작고 어두운 전시실 분위기에 자세히 감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어려운 여건에 굴하지 않고 그리겠다는

이중섭 화백의 창작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중섭 작,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 10 x 15 cm, 은지에 새김, 유채, 1950 년대 전반,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

이 전시는 2021년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1,488점의 작품 중에서

이중섭화백의 작품 90 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었던 작품 10점을 모아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특별전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은지화도 수십점 포함되어 있어 소개해 봅니다. 

작품이 너무 작고 전시실을 어둡게 관리하다 보니 잘 보이지 않아서 일까요.

전시실에는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크게 확대된 모습으로 보니 화백이 못 등으로 긁어 만든 선들이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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